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는 건 처음이라 두려움을 가지고 이스탄불 여행을 시작했다. 어디서는 6월이 여행하기 좋은 날씨라 했고 어디서는 최악이라고 해서 날씨부터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출발했다.


뭐든 걱정되면 일단 국적기를 타야지.
큰돈 주고 직항으로 이스탄불에 들어갈 수 있는 아시아나로 뽑았다.
비즈니스는 못 타지만 케이블 충전, 콘센트 다 있고 영화도 볼 수 있고 밥도 간식 포함 세 번이나 준다.
좌석마다 헤드셋, 담요, 반 접힌 슬리퍼에 치약, 칫솔을 준비해 줬다. 신발 벗고 슬리퍼 신고 있으니 그나마 편했다.



쌈밥, 브리또, 불고기 이렇게 세 번의 식사가 끝나고 힘듦과 지침에 유럽여행을 끝내 포기하게 만든 12시간의 비행을 끝냈다.

해외여행에서 쓰기 좋다는 카드는 다 만들어서 환전 주머니에 골고루 환전해 두고 공항에서 인출 수수료가 괜찮다는 브랜드 Ziraat Bankasi ATM기기를 찾아서 현금을 약간 뽑았다. 위 사진에서 왼쪽으로 가면 ATM 기기가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공항버스를 타는 곳으로 갈 수 있다.


시내 가는거야 지하철도 택시도 있고 방법은 많았지만 택시 사기가 우버 조차 심하다는 얘기를 듣고 공항버스를 택했다. 지하철과 택시는 여행 내내 한 번도 안 타봤다. 기사에게 카드를 내밀자 알아서 터치터치해서 계산해 준다. 컨택리스는 처음 써보는데 여기선 알아서 카드만 주면 터치해서 결제해 줬다. 골고루 만든다고 유니온 페이 카드도 하나 만들어갔는데 어디 가나 유니온페이는 결제가 안 돼서 그 카드는 현금 뽑을 때만 썼다.
공항버스 2인 408리라 (약 17,544원)

탁심쪽은 밤에 사기 치는 사람들도 많고 위험하다고 해서 구시가지 쪽으로 숙소를 골랐다. 버스는 AKSARAY MERTO 지하철역 앞에 도착했고 내려서 가까운 트램역으로 걸어서 이동했다.

캐리어 질질 끌고 힘들게 고생해서는 트램타는 YUŞUFPASA iSTASYONU 역에 도착했다. 그냥 사기당하고 택시 타고 들어오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자판기에서 이스탄불 교통카드 카르트(Karti) 하나를 70리라(약 3,010원) 주고 샀다. 탈 때만 찍으면 되기 때문에 일행 수에 상관없이 하나만 사서 다녀도 된다.


YUŞUFPASA iSTASYONU 역에서 트램을 타고 Rast Hotel에서 제일 가까운 Çemberlıtaş역으로 갔다.
좁은 길에 특색 없는 트램이 다니니 멋은 없었다.

예약한 방보다 조금 넓은 방으로 줬다. 이스탄불은 5성급이 아닌 이상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았다. 청소상태도 그렇고 그냥 그랬는데 다음에 예약한 같은 가격대 호텔에 가고서야 그나마 여기가 좋았다는 걸 알았다.

구글 지도 평점만 믿고 갔던 ORTAKLAR Restaurant
저녁 먹으러 갔는데 외국인이라 그런지 테라스 가서 먹으라고 제일 위층으로 올라가게 했다.


테라스라고 해도 별거 없는 내부 모습
덥기도 무척 더웠다. 케밥이랑 믹스드 애피타이저를 주문했더니 난이 같이 나왔다.

이스탄불은 잘못이 없다. 내가 메뉴를 잘못 고른 탓이다.
배고파서 대충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총 760리라(약 32,680원)
여기서부터 이스탄불 물가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얼핏보면 저기가 블루 모스큰가 싶게 생긴 가지 아티크 알리 파샤 모스크 (Gazi Atik Ali Pasha Mosque)
모스크가 여기저기 너무 많고 모양도 다 비슷해서 나중에는 감탄이 안 나왔지만 이날은 처음으로 보는 이 동네의 작은 모스크와 해가 져가는 하늘이 너무 고와서 탄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어댔다.


숙소 근처 Şok Market이라는 동네 마트에 가서 간식거리를 샀다.
꿀을 정말 다양하게 팔고 있었는데 작은 걸 사더라도 튜브타입이나 유리병에 잘 밀봉된 걸 사야 한다. 선물하려고 작고 단단해 보이는 플라스틱에 담긴 벌집 꿀을 몇 개 샀는데 밀봉이 하나도 안돼서 한국에 가져왔는데 조금씩 다 샜다.


조식 먹는 뷰가 끝내주는 라스트 호텔
블루 모스크라는 별명이 있는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Sultanahmet Camii)가 바다를 배경으로 멋지게 보인다.

트램도 라인이 여러 개인데 숙소 앞 T1 라인을 타고 탁심 광장에서 가장 가까운 Fındıklı-Mımar Sınan Ünıversıtesı역에서 내려 구글지도로 검색한 빠른 길로 탁심광장까지 걸었는데 빠르기만 하지 동네 어둑한 뒷골목 같은 곳으로 가서 고생했다. 지도 잘 보고 좀 더 돌아가더라도 좋은 뷰가 있는 길로 가거나 다른 라인 트램을 갈아타는 방법도 찾아봤으면 좋았겠다. 물론 택시가 베스트긴 하다. 여긴 동네 자체가 언덕이 많아 걸으면 무조건 고생이다.


튀르키예의 자랑 디저트를 먹으러 Hafız Mustafa 1864 Meydan로 갔다. 체인이라 여기저기 정말 매장이 많다. 메뉴판 보고 바클라바 3종 세트 주문하려니 뭐가 없네 어쩌네 하면서 매장 안에서 골라 보라 해서 뭐가 뭔지 몰라 대충 골랐다. 바클라바는 달고 예쁘고, 해는 뜨겁지만 날씨도 좋고 야외 감성까지 더해져서 걸어오느라 힘들었던걸 다 잊었다.


이 동네에서 유명한 고등어 케밥을 먹으러 갔다. 손님은 거의 한국사람들이었다. 주문 방식을 몰라서 짜증이 좀 났다. 뭘 물어봐도 "내가 알빠임?" 하는 표정으로 아무것도 말 안 해주는 무례한 직원 하나 때문에 더 화가 났다. 맛도 그럭저럭 있고 한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맛이고 그래서 경험해 보는 건 좋은데 매장이 좁고 야외에 테이블도 몇 개 없고 해는 너무 뜨겁고 해서 힘들었다. 길거리에 앉아 먹더라도 포장해서 그늘에 가서 먹으면 더 좋을 것 같다. 가격은 콜라까지 해서 200리라(약 8,600원)였다.

바다에 있는 갈라타 다리(Galata Köprüsü)건너편에 내가 묵고 있는 동네인 구시가지가 보인다.
현대적인 상점이 많은 탁심광장 거리에서 기념품 구경도 하고 고양이도 잔뜩 만나보고 길거리에서 석류 착즙 주스도 마시고 이국적인 성당과 올라가 보진 않았지만 갈라타 탑(Galata Kulesi)도 보고 돌아갈 때는 갈라타 다리를 걸어서 건너 구시가지로 돌아왔다.

잃을 수 없는 야외 감성 때문에 밥도 야외 자리에서 먹었다. Gulhane Sark Sofrasi라는 레스토랑에서 값비싼 항아리 케밥을 먹었는데 열에 엄청 달궈진 항아리를 깨는 포퍼먼스가 아주 좋았다. 카메라로 촬영하느라 박수를 못 쳐줬는데 옆에 직원이 박수와 환호를 대신해 줬다. 항아리 램(Lamb) 케밥 2인 가격은 1900리라(약 81,700원)였다.


지나다 우연히 들른 바다 근처 귈하네 공원
전문적으로 고양이 먹이 들고 다니면서 구역마다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들 밥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별게 있는 건 아닌데 넓고 예뻐서 멍하니 앉아 쉬어가기 좋았다.


밤에 보는 뷰도 궁금해서 라스트 호텔 조식 먹었던 곳에 일몰시간부터 올라갔다. 밤에는 모스크에 불도 들어와서 뷰가 더 예뻤다.

톱카프 궁전(Topkapı Sarayı Müzesi)은 입장료가 비싸기도 하고 들어가는 줄도 아침부터도 넘사벽이라 일찌감치 포기하고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으로 향했다.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İstanbul Arkeoloji Müzeleri) 앞은 한산하고 좋았다. 건물 앞으로 들어가기 전에 입장권 파는 언니가 누구에게든 계속 짜증이라 언짢았지만 말 안 통하는 관광객 상대로 같은 말 무한 반복도 힘들긴 하겠다 싶었다. 이스탄불은 잘못이 없지. 그 말 못 알아듣는 관광객 또한 나였으니. 갑자기 인당 15유로를 달라니 놀랐다. 그냥 리라 가격을 알려주지. 이스탄불은 리라가 많이 하락해서인지 은근히 유로 받는 데가 있었다. 카드로 결제하고 들어갔다.


안에 전시된 건 전부 한국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것들이었다. 신기하고 멋있는데 계속 보니까 마치 국립 중앙 박물관 가서 선사시대부터 조선까지 한 번에 다 보는 느낌으로 지쳐갔다.

이게 관이라니! 나는 죽어도 이런 관에는 못 들어가겠지.

굿즈 쇼핑하러 박물관 가는 거니까 기념품 사러 갔는데 살만한 게 의외로 없었다. 가격도 비싸서 박물관 마그넷 하나 사야지 했는데 계산하는데 한나절 걸려서 질렸다. 우리나라에서 너무 빨리빨리 잘해줘서 그런가 보다. 내 앞에 한 사람이 결제하는데 까지 15분 내내 서서 기다리고 내 거 결제하는데도 한나절 걸렸다. 여권도 있어야 하고 절차가 복잡했다.

전 날 갔던 Gulhane Sark Sofrasi에서 점심으로 케밥 주문해서 먹었다. 케밥 두 개 1280리라(약 55,040원)
누구야 튀르키예 물가 싸다고 한 사람 나와.

옮긴 숙소는 World Heritage Center Hotel(월드 헤리테이지 센터 호텔)인데 뷰가 있고 트램역 바로 앞이라 편한 거 빼고는 정말 여관방 수준이었다.


아야 소피아(Ayasofya-i Kebir Cami-i Şerifi)는 입장줄이 너무 길어 엄두가 안 나서 블루 모스크인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로 왔다. 이스탄불 왔는데 모스크는 하나 들어가 봐야지.
복장 규정 등이 엄격하다고 해서 청바지까지 입고 갔는데 밑에 입는 포대자루 같은 것도 머리에 쓰는 스카프도 모두 무료로 대여해 주고있었다. 모스크 앞 광장까지는 복장 규정이 없어서 그냥 들어가도 된다.

이스탄불은 현대적인 카페가 스타벅스뿐이었다. 톨사이즈 달라니까 벤티사이즈로 결제하고 주는 스타벅스.
영수증 바로 확인 안 한 내가 잘못이지, 이스탄불은 잘못이 없었다.


메뉴도 다양한데 왜 먹는 것만 계속 먹다 왔는지 정말 이스탄불은 잘못이 없다.
또 고등어 케밥 먹고 온 tarihi gedikpasa balikevi 레스토랑
리뷰보고 간 곳인데 친절하고 맛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이스탄불은 관광지라 그런지 영어가 대체로 잘 통했는데 문제는 내가 영어가 능숙하지 못한 거다.
지나가다 널린 로쿰가게 중 하나 들어가서 몇 개 포장하는데 소통 문제로 저렇게 밖에 못 샀다. 정말 정말 맛있었다.
한국인에게 유명한 테슬람 아저씨네서 몰빵 하지 말고 여기서도 좀 사 올걸. 144리라(약 6,192원)


World Heritage Center Hotel 옥상은 천정 없는 야외라 더 예쁘다.
여기서는 멀리 아야소피아도 보인다.

이스탄불에서 제일 맛있었던 것, 바로 베나 아이스크림이다. 현금만 받는 줄 모르고 가서 음식부터 주문해 받아놓고는 현금이 없어서 ATM기기까지 뛰어갔다 왔다. 다 녹았을 아이스크림을 생각했는데 새로 다시 해주셔서 감동했다.

카다이프 바클라바 위에 아이스크림 두 스쿱 해서 130리라(약 5,590원)
터키 아이스크림은 쫄깃해서 좋다.


이스탄불 명물 시장 그랜드 바자르에 갔다. 입구가 여러 개인데 초라해 보이지만 안쪽은 엄청난 규모다. 비싸다는 얘기를 하도 들어서 그냥 스쳐 지나가면서 대충 보고 나왔다.


이집션 바자르라는 별명을 가진 므스르 차르슈에 갔다. 한국인에게 특히 가격 잘 쳐준다는 테슬람 아저씨가 운영하는 31번 가게로 향했다.


한국인 관광객에게 가격을 잘 쳐주고 주인 양반이 한국어도 조금 한다고 해서 유명한 곳이다.
점심시간에 가서인지 한국인만 5팀정도 있었고 그래서 테슬람 아저씨와 대화하기가 어려웠다. 입장시 인사와 계산할때만 얘기를 해봤고 다른 분이 상대해 주셨다. 너무 정신없이 바쁜 상황이라 궁금한 물건들이 많았는데 후딱 로쿰만 계산하고 나왔다. 직원분들도 시식도 주시고 친절해서 좋았고 포장 밀봉해서 주는 것도 좋았다.
아침 일찍 가거나 대량 구매할 거 아니면 굳이 갈 필요가 있나 싶다. 차이는 모르겠지만 구글 리뷰 보면 더 저렴했다는 가게도 있었다.


근처 Eminönü라는 여객 터미널에 가서 바다 구경을 했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배 타고 왕복할 수 있는데 근처에 사기 치는 놈들이 많다. 인당 20유로로 탈 수 있다고 속이고 현금이 없다 하면 ATM 기기까지 안내해 준다. 거기에 속아 탄 배는 가운데 싸구려 의자만 쫙 깔아 놓고 화장실도 이용 못하고 밑에 층은 내려가지도 못하고 튀르키예 노래를 고막이 터질 만큼 크게 틀어 놓는다. 계속 귀를 막고 최대한 멀리 서서 고통스러운 30-40분을 견디다 내렸다.
여객 터미널에서 정식으로 파는 티켓을 사서 타면 싸고 화장실도 있는 멀쩡한 배가 기다린다. 여행 내내 우버 사기 피하겠다고 걸어 다니다 여기서 몰빵 당한 느낌이다.

사기당한 우울한 마음으로 짠내투어에 나왔다는 카이막 맛집으로 갔다. 직원분이 우리가 가게 앞을 얼쩡거리니까 버선발로 나오셨다.
한국사람이 많이 오긴 하나보다.


카이막과 메네멘을 주문해서 먹었다. 양은 적었지만 맛은 좋았고 같이 나온 빵은 딱딱했다.

베네 아이스크림은 사랑이니까 마지막으로 다시 왔다. 이번엔 3 스쿱을 얹어먹었다.

이제 첫날 공항버스를 타고 내렸던 곳에서 다시 공항버스를 타고 이스탄불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다 너무 비싸다. 비싼 김에 한국에는 없는 매장, 점점 없어지고 있는 매장 솔트배 버거(Saltbae Burger)에 갔다.


음료 하나+버거 두 개 세트 총 1665 리라(약 71,595원)
이러고 바로 방콕으로 넘어가서 방콕에서는 거의 호텔에서만 쉬다가 돌아왔다. 루트를 너무 잘못 짠 여행이었지만 새로운 나라에 다녀왔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다 내 잘못이지, 이스탄불은 잘못이 없다. 다시 갈 일은 없지만 지금은 이스탄불을 그리워하고 있다.
★큰 별) 뭐든 급하게 진행하지 말고 잘 알아보고 나서 하기.